0. 수술 결정까지
나는 원래 변을 보면 뭔가가 같이 밀려 나오는 게 있었음
근데 물로 씻으면서 손으로 밀어넣으면 특별한 통증도 없이 잘 들어가서 심각하게 생각 안함
그러다 2월 쯤 변비를 한번 겪고 나서 배변시 출혈이 시작 됨.
한 3주동안 똥 쌀 때마다 개고생하고 출혈이 멎을 때 쯤 드디어 본게임이 시작됐다.
어느 날 볼일을 보고 물로 씻어 주는데 평소에 만져지지 않던 뭔가 딱딱한 게 만져짐.
일단 밀어 넣고 생활하는데 그게 자꾸 튀어나오더니 며칠 후부터 죽음의 고통이 시작 됨.
마치 엄청 매운 음식 먹고 설사할 때 느껴지는 고통에다가 '내가 안아프게 해줄게' 하면서 항문을 라이터로 지지는 기분....
이때부터 인터넷에 치질 검색 시작하고 주위 병원 찾아 봄
한 3일쯤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드디어 집 근처 병원에 방문함
처음 병원에 간 게 지난 주 토요일이었는데 사람 겁나 많았음.
일단 접수를 하긴 했는데 쇼파에 앉아서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잠깐 볼일 있는척하고 30분 정도 병원 주변 배회하다가 시간 맞춰서 들어감.
앉아있는 것 보다는 움직이는 게 좀 낫더라..
의사한테 증상을 말하고 나니 한번 확인 해 보자며 누우라고 함
바지를 내리고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새우처럼 웅크림
의사가 비닐 장갑을 끼더니 젤을 덕지덕지 바르고 )*(에 손가락을 넣더니 여기저기 휘저음....
이 때 여자 간호사도 있었는데 수치심 보다는 고통 때문에 엌엌 거렸다 ㅅㅂ....
1차 진단은 치핵 3기였고 의사가 수술을 하자고 함.
당황스럽긴 했지만 도저히 고통을 참을 자신이 없어서 알겠다고 하고 월요일 10시로 수술 일정을 잡음.
좌약 두개 주더니 월요일 여덟시에 관장하라고 함.
1. 수술 당일
이 날은 금식임. 아침에 관장약을 넣고 40분 정도 기다리니 뭔가 꾸룩꾸룩하긴 하는데 인터넷에서 본 것 처럼 폭풍이 오거나 그러진 않더라. 내가 관장약이 안받나 싶기도 했지만 일단 화장실에 감.
신호가 와서 볼일을 보긴 보는데 딱히 특별한 건 없고 관장약 찌꺼기랑 약간의 배설물이 섞여 나옴. 아마 내가 전날에 설사를 해서 다 내보낸 걸 수도 있음.
암튼 속을 비우고 병원에 감.
열시에 수술 할 줄 알고 아홉시 반 쯤에 갔는데 일단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수액 꽂고 대기하라더라.
나는 아파서 죽을거 같은데 그 쓰라림 속에서 거의 두 시간을 기다림.
열 한시 반이 되고 나서야 수술실에 들어갔고 척추마취를 함.
뭐 특별한 건 없고 그냥 앉아있는 상태에서 아래쪽 척추에 주사 두방 맞음.
그리고는 자리에 눕는데 여기서 약간 당황스러웠던 게 내가 인터넷에서 본 썰들에 의하면 주로 엎드려서 수술 받던데 나는 누운 상태에서 가랑이를 쫙 벌리고 수술 하더라. 흔히 생각하는 임산부가 아이낳을 때 자세 딱 그 자세임.
그 자세로 마취약 퍼질때까지 한 5분동안 가만히 누워 있었다.
차라리 엎드렸으면 덜할텐데 똑바로 누워있으니 간호사들 들락날락 거리는 게 다 보이고, 내가 다리를 쫙 벌리고 있는게 다 보이니 수치심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더라.
하반신에 마취가 되고나면 괄약근에 힘이 풀려서 안에 있던 치핵들이 밖으로 다 밀려나옴.
애초에는 1차 진단에서 고통의 원인이었던 치핵 하나만 제거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마취를 하고 보니 내 항문 속에 엄청나게 부은 치핵들이 있었더라. 내가 몇년 동안 묵혀놨던, 평소에 볼일보고 밀어넣었던 그것들이었음.
의사가 보더니 이 정도는 일년에 한두명 볼까말까라고..지금껏 어떻게 버텼냐고 하는데 나는 그동안 아픈 것도 없고 딱히 불편함을 못느꼈다라고 했더니 그나마 20대라서 버틴거지 만약에 노인들이었으면 진작에 다 쏟아져 나왔을거라 그러더라 씁.
척추마취를 하면 하반신에만 감각이 없어지고
뭔가가 닿는 느낌은 드는데 아프진 않고 묵직함만 느껴지더라.
수술 전에는 내 상태의 심각성을 몰라서 한 15분 정도면 끝날거랬는데 실제로는 거의 40분 넘게 했다.
중간에 의사가 한숨도 여러번 쉬고 손 아프다고 잠깐 쉬기도 했음....
암튼 수술이 끝나고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이동함.
간호사가 무통주사를 연결하고 오늘은 하루종일 누워만 있으라더라.
척추마취를 하고 몸을 세우면 두통이 생길 수 있는데 그건 약으로 제어가 안된대.
그래서 대략 오후 1시 반 부터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한 네시간 정도 지나고 발가락에 힘을 줘보니까 슬슬 감각이 돌아오는지 마음대로는 아니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더라.
다시 한 시간 정도 지나니 항문에 압박감이 느껴짐.
무통주사랑 마취 덕분인지 아프지는 않은데 뭔가 묵직한 느낌.
알고보니 수술 하고나서 거즈를 항문속에 쑤셔넣어 놓은 거였음.
간호사가 거즈는 내일 아침에 뺀다고하고 그 때부터는 생리대를 차야된다더라.
저녁에 소변을 보는데 아직 마취가 안풀려서 고생좀 했다.
분명 나올거 같은데 안나오는 느낌..근데 혼자서 소변 못 보면 요도에 삽관을 해야된다는 글을 읽은게 생각나서 억지로 억지로 짜내듯이 내보냈다. 한번 길이 열리니 쏴악 나가더라 ㅎㅎ
이렇게 첫날은 마취+무통주사로 딱히 큰 고통 없이 보냄.
다만 거즈의 압박감과 금식에 따르는 약간의 배고픔?
암튼 첫날은 잘 잤다.
-2일차
아침에 일어나니까 역시 무통(고무통아님ㅎ)주사 덕분인지 아프지는 않고 이 좆같은 거즈나 빨리 빼줬으면 하는 생각뿐이었음.
일곱시가 되니까 간호사 누나가 와서 거즈를 빼주는데 핀셋으로 찌르는듯한 고통이 느껴지더니 다 됐다고 그러더라.
분명히 압박감은 남아있는데 다 됐다고하니 어리둥절 했지만 뭐 뺏다니까 뺀줄 알아야지 별 수 있나. 그리고 간호사가 오늘까지는 누워 있으라 그러더라.
2일차부터는 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배변에 좋다는 미역이나 나물 같은것만 주구장창 나오더라 단백질식품은 계란정도.
오후에 무통주사를 빼고 진통제 주사 한대 맞고 잤다.
일베하고 유튜브보다 밥먹고 반복하다보니 딱히 불편함은 없었음.
-3일차
슬슬 고통이 시작됨.
특히 변을 봐야 된다는 압박감..의사가 회진 돌 때 마다 변은 봤냐고 물어보는 게 첫 배변이 엄청 중요하구나 싶더라.
그래서 오늘은 기필코 해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신호가 오기를 경건히 기다림.
아니나 다를까 점심을 먹고나니 신호가 옴.
떨리는 마음으로 화장실로 향함. 앉자마자 가스가 분출되고 이어서 뭔가가 나올거 같은데 그 단계에서 막힘.
슬슬 식은 땀이 나고 몸이 떨리는 고통이 시작 됨.
변기를 보니 피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고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한번만 힘을 줘보자 해서 힘울 주니까 새끼 손가락 만한 변이 찍하고 나옴.
일단 1차전은 이걸로 마무리하자 하고 퇴각했음.
아 그리고 2일차부터 좌욕을 시작하는데 인터넷에서 본 후기들은 좌욕시간이 제일 행복했다는데 나는 좌욕만 하고 나면 상처가 붓는 느낌이 나고 아프더라. 근데 의사가 하라니까 하긴 함.
암튼 좌욕 한번 하고 다시 누워서 다음 신호를 기다림.
그러다가 저녁먹고 신호가 옴. 다시 긴장하면서 화장실로 갔는데 화장실 입구가 보이니까 갑자기 쏟아져나올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호다닥 뛰어가서 앉으니 다시 가스가 부웅 나오고..이번엔 힘을 좀 더 줬더니 가운데손가락 만한 것들이 세 네개 나오더라.
참고로 배변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혼자 변기에 앉아서 눈물 흘리면서 주먹으로 머리 때리고 손가락 깨물고 벽 긁고 난리도 아니었음.
병실에 돌아와 누우면 몸이 덜덜 떨릴 정도..
바로 간호사한테 전화해서 진통제 놔달라했다.
글로 쓰니까 별거 아니다 생각할 수 있는데 진짜..수술한 게 후회되고 무통주사 하나 더 맞을걸, 진통제 맞고 화장실 올걸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더라.
암튼 3일차에는 아침에 항생제랑 진통제 맞고 저녁에 화장실 갔다와서 진통제 맞고 자기전에 한번 더 맞고.
약빨로 버텼다.
-4일차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고통이 덜함.
다만 화장실에는 갈 엄두가 안남.
의사가 아침 회진에서 괜찮으면 퇴원해도 된다 그래서 아침 먹고 퇴원함.
약 하루치 받아오고 치질방석 사옴.
집에 오니 마음은 편하고 침대에 누우니 뭔가 고통도 줄어든 것 같음.
아 이제 고통은 어느정도 줄었구나 하면서 밥 다 챙겨먹고 일베 보면서 잘 잠.
다만 화장실 못간게 마음에 걸림.
-5일차 (오늘)
어제의 편안함은 다 페이크였음.
아침 여섯시 반에 통증때문에 잠에서 깸.
혹시 화장실 신호가 아닐까 해서 갔더니 변기물이 물 들 정도로 피만 남.
좌욕 한번 하고 다시 눕는데 3일차의 첫 배변의 고통이 다시 시작됨.
근데 그 때는 변이라도 나와서 그나마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변도 못보고 이렇게 아프니 억울해서 눈물이 흐르더라.
진통제는 아침먹고 먹는 약에 들어있어서 그 때 까지만 참자하고 누웠는데 몸이 또 덜덜 떨리고 죽고 싶더라.
여덟시 반 쯤 아침 먹고 아홉에 약먹고 지금 누워서 글쓰고 있음.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죽을 것 처럼 너무 아팠는데 지금은 좀 괜찮아졌다. 글쓰는데 한 시간도 넘게 걸린것 같다.
이따 오후에 점심먹고 병원가는데 가서 무통주사 달아달라 그럴거다.
이건 무턱대고 참을 수 있는 고통이 아닌것 같다..
세줄 요약
1.참다가 참다가 치질 수술함
2.고통은 노짱이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정도
3.고통은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도 아플 예정
'정보저장소 > 여러정보.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한페렴의 비밀에 대해 알아보자!! (0) | 2020.02.18 |
---|---|
마이클 조던이 역대 최고의 농구 선수 인 이유 (1) | 2018.04.06 |
중국 상류층들, 미국으로 대규모 탈출 러시.New York Times (0) | 2017.04.30 |
셰일 가스 ( shale gas ) 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0) | 2017.04.30 |
(미스테리 저장소)2017년 3월 유툽에서 난리난 인도네시아에 등장한 괴생명체에 대해 추측해보자 (0) | 2017.04.28 |